4월의 바람이 한층 부드러워진 저녁, 지홍선커뮤니케이션즈 2층 강의실에는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포항과 경주를 아우르는 독서모임 ‘FEEL DOCK’의 4월 모임, 그날의 책은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세계를 바꾼 13가지 식물』이었다.
단순한 독서에서 그치지 않고, 책을 삶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이 모임의 취지에 맞게, 식물이라는 낯익은 존재를 인문학적으로 탐색하며 문명과 자연의 교차점에 대해 함께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 시작 전, 강의실 전경
책은 함께 ‘살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사무국장님의 따뜻한 오프닝 멘트는 이날 모임의 분위기를 명확히 드러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고, 동시에 나의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말이었다.

사무국장님의 오프닝 멘트
『세계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바나나, 감자, 커피, 면화, 대마와 같은 식물들을 통해 인간의 식탁 위 풍경을 넘어, 전쟁과 식민주의, 산업혁명, 자본주의와 같은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을 밀도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참여자들이 책을 읽는 모습
이날 모임에서는 책을 완독하지 못한 이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발췌한 문장과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각자의 시선에서 뽑아낸 문장과 감상이 모였고, 질문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식물 하나가 세계의 권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커피 한 잔에도 인류 문명의 역사와 욕망이 담겨 있다는 생각은 처음이었어요.”
이런 말들 속에서, 우리는 식물을 단지 자연의 일부가 아닌 문명의 주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의 열띤 토론 장면
생명의 역사, 식물로 읽다
중간에는 지홍선 교수님의 미니 특강과 함께 EBS 다큐멘터리 <생명, 40억 년의 비밀>의 일부를 감상했다. 푸른 꽃이 화면을 채우며 시작된 이 영상은 식물이 환경의 일부로만 존재하지 않고, 인류 생존의 근간이며 문명을 형성해온 중심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식물의 뿌리에서 시작된 생명의 이야기. 그 거대한 시간을 압축한 10분은 책의 메시지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

미니 특강 중인 지홍선 교수님
따뜻한 쉼표, 나눔이 된 식사
대화에 몰입하던 중, 장재영 회장님께서 준비하신 따뜻한 빵 간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세 가지 종류의 빵이 정갈하게 놓인 접시와 나무젓가락의 조화는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책이 사람을 잇고, 음식이 감정을 녹이는 자리. 이 작은 나눔은 독서와 사유의 흐름 속에서 소중한 쉼표가 되어 주었다.

테이블 위에 준비된 빵과 나무젓가락
책에서 자연으로, 식물과 함께 걷는 시간
1부 강의실에서의 독서토론이 끝난 뒤, 2부 순서로 우리는 포항의 그린웨이 벚꽃길 산책에 나섰다. 책으로 시작된 사유를 자연 속에서 다시 걷고 바라보며 느끼는 이 활동은 단지 이벤트를 넘어, 식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몸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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